본문 바로가기
LIFE

am i wrong to cry?

by PLEINELUNE 2020. 3. 16.

인간이 힘든 일을 겪고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상처에 대해 둔감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도 언젠가는 잊혀지고 괜찮아질거리는 희망을 갖고 버티다 보면, 점차 조금씩 무뎌지고 언젠가는 아픔의 크기도 줄어든다든지, 살아가면서 생기는 자잘한 고민들과 뒤엉켜 생각할 겨를이 점차 줄어든다던가, 아니면 다른 좋은 일들에 둘러 쌓여서 힘든 기억은 희미해진다거나, 나열한 복합적인 상황에 의해 견디어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어린 아이에게는 아이 나름대로의 힘들고 슬픈 상황이 있을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놀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 대게 이런 종류로 복잡하지 않은 이유로 상처를 받기 때문에, 그만큼이나 금새 다른 욕구로써 해결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라고 해서 간단히 잊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이 있다. 금방 잊는 것은 단지 결과 일 뿐이지, 과정을 살펴 보면 아이는 슬픔을 마주할 때 그 어떤 작은 것 이라도 최선을 다해 슬퍼한다.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내어 운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도 않고, 남들이 우는 것을 보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나 지금 울고 있어요! 슬프단 말이에요!" 라고 모두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마냥 서글프게 운다. 뒷 일은 생각치 않는 것 처럼 말이다.

'다른 욕구나 상황들로 덮음로써 잊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 이것은 단지 사회 생활을 위해 감정을 숨기는 어른의 방식일 뿐, 인간 본성으로 본다면 아이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 방식이 사실은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시간의 세례를 받아서 나이를 먹는다는 일은 누구에게도 공평하다. 결국 사람마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적정 수준 이상 혹은 이하의 부를 가진 경우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나 그룹의 성향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만큼 무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세상 속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기계처럼 감정을 숨기고 부품처럼 움직여지는 것을 강요 받는다. 예컨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초등학교 정도를 기점으로 울면 놀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후 성인이 되는 무렵에는 울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던가 하는 지경에 이르른다. 이른바 어른이라면 사회에 적응해야만 하고, 울음 같은 마이너스 감정은 사회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일테지. 바보녀석들.

나 또한 풍부한 감정을 소유한 것에 비해서는 눈물을 흘리는 빈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살아오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방어기재로써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울면 혼난다거나,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풍부한 감수성 만큼이나, 나의 슬픔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의 깊이도 깊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음악을 듣고 슬픈 마음이 들게되어 눈가가 촉촉해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소리내어 울었던 것은 10대 까지 거슬러 내려가봐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웃음과 상반되는 슬픔이라는 기분에 있어서, 최상급의 표현일 뿐이다.

이대로 나이를 먹어가며 나이브하게 무딘채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최선을 다해 울지 않았다.

인간은 슬프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사회라는 시스템 따위에 매몰된 불쌍한 인간들.

그 시스템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인간이 우선이고, 우리들 개개인의 자아가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충분하다고 생각할 만큼 몇 번이라도 소리내어 울어도 좋아

이것이 나 자신을 포함한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다.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그리고 남천  (0) 2020.03.16
Celestron Nexstar 90GT 간단 리뷰  (0) 2020.03.16
감자, (공적?)감자를 사보자!  (0) 2020.03.16
상처, 그리고 이해  (0) 2020.03.07
자연스럽게.  (0) 2020.03.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