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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압도적인 석양 / 노르웨이의숲(Norwegian wood)

by PLEINELUNE 2020. 3. 23.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은 십이 년이나 십삼 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나는 어떤 화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 가 있었다.

해질녘 근처 피자하우스에 들러 맥주와 피자를 먹으며 기적처럼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세상의 모든 것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내 손과 접시, 테이블과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온통 붉게 물들고 있었다.

마치 특수한 과즙을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쓴 듯한 선명한 붉은빛이었다.

그런 압도적인 석양 속에서 나는 문득 하쓰미 씨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일으켰던 내 마음속의 소용돌이가 무엇이었던가를 이해했다.

그것은 채워질 수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채워질 수 없을 소년기의 동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타오르는 듯한 순진무구한 동경을 벌써 까마득한 옛날에 어딘가에 잊어버리고 왔기에,

그런 것이 한때 내 안에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오랫동안 잊어버린 채 살아온 것이다.

하쓰미 씨가 흔들어놓은 것은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 자신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거의 울어버릴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이지 특별한 여자였다. 누군가가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구원했어야만 했다.

-상실의 시대 중 하쓰미를 떠올리며.

 

어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압도적인 석양을 볼 수 있었다.
상실의 시대 진 히로인 하쓰미..
손에 닿을 수 조차 없어서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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